"아, 이대로 가다간 당이 무너지겠구나" | ||||||||||||||||||||||||||||||||||||||||||||||||||||||||||||||||||||||||||||||||||
[독자투고] 사라진 1억6천…울산-경남 투명회계운동, 당원 동참 절실 | ||||||||||||||||||||||||||||||||||||||||||||||||||||||||||||||||||||||||||||||||||
지난 8월 26일, 일요일. 울산의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아담한 수련원에서 울산, 마산, 경남, 서울의 당원들이 모여 수련회를 가졌다. 이름하여 ‘민주노동당의 투명회계와 당 혁신을 위한 수련회’. 울산과 경남에서 시작된 투명회계운동은 현재 당원게시판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글은 투명회계운동이 왜 시작되었는지, 그 과정과 의미를 알리기 위해 이날 수련회에 참석했던 민주노동당 당원이 <레디앙>에 보내온 글이다. 이 글의 필자 강범석은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마산 지역위원회 회계감사와 금속노조 위아지부 감사를 맡고 있으며, 투명회계운동 경남책임자와 '경남도당 회계문제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편집자 주> * * * 왜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 모여 투명회계와 당 혁신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며 수련회까지 열었을까. 보수정치꾼들의 부정과 부패에 넌더리가 나서 만들어진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해괴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우리에게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서술하게 될 ‘상식 이하의’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고책임자인 위원장을 좌파진영에 양보(?)했으나, 사무처장을 비롯한 나머지 알맹이랄 수 있는 주요 당직들을 완전히 독점함으로써 사실상 당을 장악하는 전략은 위원장의 지도력과의 공공연한 충돌이 불가피했다.
경남도당은 통합지도부가 출범한 초반부터 줄곧 인사권 파동, 회계파동 등에 휘말려 조용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도당 교육선전국장 자리를 메꾸기 위해 몇 차례 공고가 나간 끝에 겨우 한 사람이, 그것도 재능 있는 젊은 인재가 면접에 응하자 도당 위원장은 감격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와주신다니 감사하다. 열심히 해보자"며 직접 채용했다. 그러나 느닷없이 사무처장이 그 사람은 중국에서 탈북자를 도운 전력이 있는 자로 철학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항명을 했다. 기가 찰 노릇 아닌가. 도당 위원장 입장에서 당의 지도자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자괴감은 듣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충성 맹세문 사건과 간부 성향 분석 메모
그런 와중에 소위 ‘충성 맹세문’ 사건이란 것이 또 터졌다. 속칭 일심회 사건 얼마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도당의 고위 간부가 수첩을 하나 잃어버렸는데 그걸 모 일간지 기자가 주워 도당위원장에게 전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참으로 경천동지할 내용이 들어있었다. 충성맹세나 자아비판서는 그렇다 쳐도 자기를 포함한 당 간부들 성향이 메모된 걸 보고 매우 불쾌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의 술버릇이나 성격, 대응방안 같은 걸 읽어보는 마음이 오죽했을까? 위원장이 그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했지만 그 간부는 끝내 거절했다.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비정규직 사업’을 의욕적으로 전개하려던 이승필 위원장은 또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다. 지난 5월 1일, 창원에서는 노동절에 북한의 노동자(?)들을 불러 남북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때도 위원장은 철저히 무시된 채 자주파가 독단적으로 일을 벌렸다.
결국 경남도당 위원장은 남북 노동자대회에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파행이었다. 노동자들은 거의 참석하지 아니한 거의 텅 빈 창원 공설운동장도 그들만의 잔치는 매우 흐뭇한 듯했다. 아마 이때 인사권 파동과 표류하는 비정규직 사업으로 고통 받던, 마창 지역 노동운동사에 그 명성과 고집을 드날리던 이승필 위원장이 마침내 심중의 사퇴의사를 굳혔는지 모른다.
엄청난 부채와 세 개나 되는 장부, 무엇이 진실인가
자, 그러나 이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당 위원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딴 데 있었다. 바로 ‘경남도당 회계사태’라 불리는 회계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도당의 일상 회계는 별반 다룰 만한 것이 없다. 규모도 크지 않고 대부분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남는 돈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였다. 선거 때는 특별당비며 후원금이며 기타 등등해서 제법 많은 돈이 모인다. 2006년 5.31 지방선거가 끝나고 경남도당 3기 집행부는 도지사 선거 부채 1억700만 원을 떠안게 되었다.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취임한 이승필 위원장이 지난 2004년 임수태 도지사 후보는 더 적은 규모의 선거자금으로도 충분히 선거를 치르고 빚도 남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의문을 던졌다.
“아니 위원장님이 장부를 왜 보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도당의 최고책임자로서 모든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그럼 선거 빚을 1억700만 원이나 갚으라고 떠넘겨 놓고 장부를 볼 필요가 없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장부를 본 위원장 입이 닫히지 않았다
이에 도당위원장은 5.31 지방선거 당시 선거회계 사무원으로 계약직 근무했던 총무부장을 불러 장부를 가져와 함께 검토할 것을 지시하여 가져온 장부를 입수하게 되었다. 장부를 검토해본 위원장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도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회계책임자인 석00 사무처장은 부채가 1억700만 원이라고 대의원대회 결산자료를 통해 보고했는데 장부상 부채는 6,500여만 원에 불과했으며, 이 장부의 수입과 지출을 다시 계산해보니 오히려 흑자가 5,680만 원이었던 것이다.
대의원대회에서는 총수입이 7억1,700만 원이라고 보고 되었지만 실제 수입은 9억8,800만 원이었고, 총지출도 차이가 났다. 간단히 계산해보아도 부채로 넘긴 1억700만 원과 장부상 흑자 5,680만 원을 더한 1억6,400만 원 정도가 공중에 뜬 것이다. (*아래 표는 대의원대회에서 ‘보고’되었던 내역①과 실제로 입수한 장부의 총계정②, 그리고 세부항목을 합산한 금액③을 비교 정리한 것이다.)
※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도지사 선거 부정 회계 요약
1. 2006년 경남도지사선거 회계 총 수입/지출 차이
※ 예결산위는 ①만 인정함
※ 예결산위는 ①만 인정함 중앙당 특별감사도 요식행위 불과
취임한 이후 사퇴할 때까지도 회계책임자인 전 사무처장으로부터 회계보고와 업무 인수인계를 받지 못한 채 사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도당위원장의 모든 노력은 무산되었다. 중앙당 예결산위원회의 특별감사 역시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소위 ‘자주파’가 압도적 우위를 점한 도당 운영위원회는 압도적 표결로 회계부정 혐의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와중에 세계 노동절에 조선직업총동맹의 노동자들(?)을 초청하는 잔치에 모든 당력을 소진하는 당에서 더 이상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이승필 위원장은 하였던 것이다.
마침 이때 마산에서는 몇몇 뜻있는 당원들이 모여 상식이 통하는 건전한 당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며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우선 도당의 현안인 회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의논하기 시작했고, 울산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이미 1년도 훨씬 전부터 우리와는 조금 다른 보다 진전된 내용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는 것이다.울산은 김광식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당법’에 맞게 통합재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만을 표출하는 지역위원회와 당직자들의(특히 현 사무처장의) 무지막지한 도전에 직면했다.
그리고 위원장을 믿고 따르던 총무국장이 그 타켓이 되었다. 합법적 대중정당인 우리당의 비합법적 조직운영과 회계시스템은 총무 담당자를 상당히 곤혹스럽고 피곤하게 하였다. 총무국장은 지역위원회에 내려줄 돈을 정당법 등의 문제로 인해 아마도 통장에 보관하지 못하고 들고 다녔던 모양인데, 그래서 항상 불안하고 피곤했다.
울산, 마산, 경남 당원들 ‘투명회계 연대 운동’
그러나 경남도당과 달리 울산은 위원장의 주변에 부위원장과 당직자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다수의 횡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통합재정에 반대하는 다수파의 행동은 아직은 반란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과의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울산의 동지들은 “아! 회계를 투명하게 하자는 평당원운동을 전개하여 하나의 대세로 만들지 않으면 민주노동당이 얼마 못가서 무너질지도 모르겠구나, 정말 큰일 나겠구나”하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때를 맞춰 ‘전진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계모임보다 못한 민주노동당 회계를 투명하게 하자’라는 내용이었는데, 이 성명서가 투명회계 서명운동의 뼈대가 되었다. 그리고 울산의 동지들은 ‘투명회계’ 까페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그리고 다음날 울산의 동지들이 마산을 방문해서 서명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고 우리는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울산의 제의는 단순한 지역차원의 문제에서 전당적인 개혁운동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었다.
불길한 예언과 당 재정의 파탄, 그리고...
사실 우리도 다른 일반 평당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당의 회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것을 보고할 때, “에이, 귀찮아. 빨리 마치고 가서 뒤풀이나 하지” 하는 게 당연한 미풍양속처럼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나 우리가 겪은 경남도당 회계사태는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장 기초적인 것도 상식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당이 어떻게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하는 근본적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리하지 아니하면 “당은 재정이 파탄 나서 망하고 싶지 않아도 망하고 말 것”이라며 '불길한 예언'을 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불길한 예언은 적중하여 현실이 되고 있다.
당의 연간 수입액이 200억원에 이르도록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정적자, 부채, 그리고 상근자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이런 사실들이 예언을 증명하고 있지 아니한가. 거기다가 투명하지 못한 회계부정 사건으로 도처가 시끄럽고, 이게 바로 우리 민주노동당의 현주소다.
단순하지만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안고 우리는 울산 정자마을 바닷가의 한적하고 아담한 수련원에 모였다. 박창완 전 중앙예결위원장과 여영국 전 경남도당 부위원장을 초청하여 당의 회계시스템에 대한 강연도 들었고 경남도당 회계사태에 관한 사례발표도 들었다.
이 자리에는 주대환 전의장(권영길 후보 선거대책위원장)과 노옥희 선생님(심상정 후보 선거대책위원장)께서 힘을 보태주었다. 열띤 토론은 이 운동을 내년 총선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며, 최종적으로 당이 깨끗하고 투명한 정당으로, 당내 민주주의와 상식이 통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한다는데 아무런 이견이 없었다.
얼마 전 천주교에서 교무재정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아 공개하기로 했다는 신문 기사가 있었다. 그리고 천주교는 모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받은 결과를 실제로 공개했다. 성역이라 불리던 교회가 우리보다 더 앞서가는 느낌이다.
복마전 종교단체를 비판하던 우리는 아직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의 ‘위반’을 방패막이로 당원의 기본적 권리에 눈감고 있다. 우리는 진정 진보를 추구하는 민주주의자인가?
정파와 상관없이 우리의 ‘이기적 유전자’가 가진 한계는 너무도 뚜렷하다. 평당원들이 나서서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그리하여 민주주의를 그 어떤 가치보다 앞세우지 않으면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투명회계 운동이 평당원 운동으로 승화되어 대세로 자리잡아야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1) 당의 회계시스템을 개정 정당법에 맞게 바꿔야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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